케이티 러데키(미국)는 2025년 기준 국제무대 13년 차입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열다섯 살로 금메달을 따낸 뒤, 네 번의 올림픽에서 메달 14개(금 9개)를 모았습니다. 보통 이쯤 되면 "이미 완성된 선수"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러데키는 2025년 인터뷰에서 여전히 "다음 단계(taking the next step)"를 이야기했습니다. 이미 정상에 선 선수가 무엇을 더 고민한다는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러데키의 최근 기록과 훈련 접근법을 살펴보고, 장거리 선수의 기술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3년 차에도 '다음 단계'를 말하는 이유
- 기록은 결과일 뿐입니다 — 러데키는 2025년 7월 싱가포르 세계수영선수권에서 여자 자유형 1,500m 금메달을 따내며 이 종목 세계선수권 여섯 번째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종목에서 15년 연속 금메달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입니다.
- 기술은 계속 바뀝니다 — 그런데 그녀는 "이제는 세부 동작을 다시 본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로크 길이, 구간별 페이스 관리, 턴 이후 첫 25m까지 다시 점검한다는 것입니다.
- 나이가 아니라 효율의 문제입니다 — 28세는 장거리 수영에서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닙니다. 오히려 힘보다 효율로 승부하는 구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비교 대상은 남이 아니라 어제의 자신입니다 — 인터뷰에서 그녀가 강조한 것은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기 기록의 갱신이었습니다.
1,650야드 15분 벽을 깨다
2025년 12월, 러데키는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열린 자신의 이름을 딴 대회에서 1,650야드 자유형을 14분 59초 62에 완주했습니다. 여성이 이 거리에서 15분 벽을 깬 것은 처음입니다. 1,650야드는 약 1,509m로, 롱코스 1,500m와 거의 같은 거리입니다.
- 종전 기록은 2023년 3월 그녀 자신이 세운 15분 01초 43이었습니다. 2초 가까이 앞당긴 셈입니다.
- 의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28세의 선수가 12년 전보다 더 빠른 페이스로 장거리를 완주했다는 점, 즉 지구력 종목에서도 기술과 훈련의 누적이 기록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직전 흐름도 좋았습니다. 2026년 팬퍼시픽 선수권에서도 1,500m 금메달을 추가하며 장거리 지배력을 이어갔습니다.
장거리 선수의 기술은 왜 계속 바뀌는가
- 물과의 저항은 매 시즌 다시 계산됩니다 — 체형과 근력이 조금만 달라져도 최적의 스트로크 각도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상위 선수는 매 시즌 캐치(catch)와 풀(pull) 구간을 다시 잡습니다.
- 페이스 배분이 곧 기록입니다 — 러데키의 강점은 초반부터 일정한 구간 기록을 유지하는 능력입니다. 1,500m를 100m 단위로 쪼개면 15분대 기록은 100m당 약 1분 안팎으로 꾸준히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 턴과 벽 활용도 기술입니다 — 단거리 선수만 턴을 연습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거리에서도 매 턴마다 버는 0.1초가 30번 쌓이면 3초가 됩니다.
- 호흡 리듬은 후반에 무너지지 않기 위한 장치입니다 — 장거리에서 후반 페이스가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근력이 아니라 호흡 리듬의 붕괴입니다.
한국 장거리 수영의 현재
한국 수영도 중장거리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황선우는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00m에서 47초 79로 동메달을 땄고, 200m에서는 결승에 올랐습니다. 국내 선발전에서는 1분 46초 22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 김우민은 자유형 1,500m에서 15분 16초 52를 기록했습니다. 러데키의 1,500m 최고 기록(15분 20초 48, 2018년)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다만 2026년 대회에서는 어깨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한국 선수들도 이제 장거리에서 세계 무대와 비교되는 기록을 냅니다. 남은 과제는 부상 관리와 꾸준함입니다.
기록보다 중요한 것: 꾸준함의 수학
러데키가 13년간 세계 정상에 머문 비결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반복입니다. 1,500m를 15분대에 완주하려면 매일 수 킬로미터를 헤엄치는 훈련이 몇 년간 쌓여야 합니다.
- 누적 거리 — 하루 6km를 주 6일 헤엄치면 한 주에 36km, 한 해에 약 1,800km입니다. 10년이면 1만 8,000km가 넘습니다.
- 주 2회도 의미가 있습니다 — 아마추어는 하루 2km를 주 2회만 해도 한 해 200km입니다. 이 정도만 쌓여도 체력 곡선은 분명히 달라집니다.
- 중단이 가장 큰 적입니다 — 한 달 쉬면 되돌리는 데 두세 달이 걸립니다. 짧게라도 물에 들어가는 습관이 기록보다 중요합니다.
아마추어에게 주는 세 가지 교훈
- 기록보다 루틴을 봅니다 — 러데키의 강점은 폭발력이 아니라 매일 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능력입니다. 주 2~3회라도 꾸준히 물에 들어가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 한 가지 기술만 골라 다듬습니다 — 캐치, 호흡 타이밍, 턴 중 하나를 정해 한 달간 집중하면 체감 속도가 달라집니다.
- 거리보다 페이스 일관성입니다 — 1,500m를 노린다면 100m 구간 기록의 편차를 줄이는 훈련을 넣어 보시기 바랍니다.
13년 차 선수가 여전히 기본기를 다시 본다는 사실은, 반대로 말하면 기본기가 끝이 없다는 뜻입니다. 당장 대회 기록을 앞당기지 못하더라도 스트로크 하나를 다듬는 일은 분명 다음 시즌의 나에게 돌아옵니다. 올겨울 수영장에서 무엇 하나를 골라 집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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